[최진기의 역사로 보는 정당정치 - 3강] 영국의 정당정치 : 보수당과 자유당의 엇갈린 결말
[보수당의 위기 1]
나폴레옹 전쟁(1803~1815) 이후 영국은 대륙봉쇄령이 풀려서 프랑스의 농산물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때 곡물법 폐지를 놓고 지주와 자본가가 대립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아일랜드 대기근(Irish Great Famine, 1845~1852)이 발생하였다. 감자마름병에 의해 감자 수확량의 급감하면서 발생한 아일랜드 지방의 대기근 현상은 영국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이때 당시 다수당은 토리당이었고 당수는 로버트 필(1788~1855)이었다. 지주 계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토리당임에도 불구하고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였다. 토리당은 보수당이 되었고, 휘그당은 자유당이 되었다. (보수당은 초당적 정책을 실현할 때 힘이 강해진다) 이로써 보수당이지만 국익을 우선시하는 보수당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보수당의 위기 2]
영국의 노동계급이 성장하면서 보수당에는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차티스트 운동이 벌어지면서 노동계층의 선거 참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선거권을 가지게 되면 당연히 보수당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867년 보수당은 자신들에게 불리할지도 모르는 도시 노동자 및 소시민의 선거참여를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이로써 100여만 명 유권자들이 증가하였는데, 대부분 도시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벤저민(Benjamin Disraeli, 1804~1881)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 총리로 재임하면서 대영제국 확장의 중축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보수당은 엘리트나 어느 특정 계급의 당이 아니라, 전 국민의 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노동자들을 위한 법을 많이 추진하였다. (보수층은 쉽사리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19세기 후반 영국 보수당의 이데올로기는 1) 영국의 통합, 2) 대영제국 팽창주의였다. 영국의 보수당은 다음과 같은 역사의 교훈을 남겨주었다.
“보수주의자가 내놓은 진보 정책은 진보주의자들이 내놓은 진보정책보다 위력적이다!”
[보수당의 위기 3]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은 194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참패한다. 1935년 얻은 431석의 절반도 못 미치는 213석을 차지한 것이다. 이후 보수당은 오히려 급진적 정책으로 승부를 걸었고,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나아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며 ‘온정적 보수주의’를 주창하기 시작하였다. (외연확대가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보수주의자들은 늘 승리한다)
[자유당의 몰락]
반면 1800년대에는 전체 득표율의 40~60%를 얻으며 선전했던 자유당은 1923년 총선을 마지막으로 군소 정당으로 몰락하고, 사라지게 되었다.
1906년 총선에서 과반수를 달성하면서(670석 중 397석 획득) 17년간 보수당의 지배를 종식하고 압승을 거뒀던 자유당은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1918년 총선에서 36석을 얻는데 그쳤다. (1923년 총선 때 158석을 얻으며 재기를 노렸지만 이후 다시 군소정당으로 몰락하였다)
1918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당시에 국민대표법으로 선거권이 남자 21세, 여자 30세까지 확대되었다. 이때 선거권이 확대되면서 중간계급이 자유당 지지에서 떠나기 시작했고, 노동계급의 독자 정치세력화가 시도되었다(노동당). 자유당은 선거권 확대로 인해 노동자, 중산층 그 어느 곳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자유당의 몰락에는 선거구 제도도 한 몫을 하였다. 영국의 선거제도는 전면적인 소선거구제도였는데 승자독식의 구조였다. 당시 유럽에는 사회주의 세력이 대두되면서 양 극단의 정치 세력과는 달리 중간 지대의 형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중대선거구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그런데 영국은 소선거구제도를 고수하였다. 이렇게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홀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던 영국은 소선거구제도로 인해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자유당은 지지층의 표를 얻지 못하여 몰락하게 된 것이다.
자유당은 1983년 총선 때 25.4%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27.6%의 득표율을 얻은 노동당이 209명의 의석을 확보한 데 반하여 23석만 획득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노동당과 자유당이 얻은 득표율은 보수당이 얻은 득표율 42.4%를 훨씬 넘은 수치였으나 의석수에는 노동당이 397석을 얻어 과반수 이상을 획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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